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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밤사이 엄마가 찾아갔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설이는 아침부터 해맑았다.
‘컁컁!’ 언제나처럼 울음을 내뱉으며 나를 재촉한다.
오늘은 날이 좋으니 나가서 놀고 싶은 모양이다.
설이는 따로 놀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 노는 타입이다.
매번 새로운 놀이법을 찾아내고는 하는데, 오늘은 내 몸을 가지고 놀 생각인 것 같았다.
낑낑거리며 힘겹게 내 몸 위로 오른 설이가 통통- 몸을 두드렸다.
“컁컁─!” 내 몸을 미끄럼틀로 이용할 생각인가? A랭크 몬스터의 몸을 놀이기구로 쓸 생각을 하다니….
대범하다고 칭찬을 해줘야 할까? 내 몸은 장난감이 아니라 화를 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곧 몸을 움직였다.
“컁!”
만족스럽다는 설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 위엄보다는 네 행복이 더 소중하지.
마침 구미호가 부탁하고 떠난 지도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부탁이 없었더라도 설이에게 잘해줄 생각이었지만.
내 몸을 미끄럼틀처럼, 때로는 꼬리에 매달려 그네처럼 놀이기구로 사용하는 설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렇게 혼자서도 잘 노는 걸 보니 내 입장에서 편하기는 한데, 뭔가 설이에게 부족하다 싶었다.
잠시간의 고민 끝에 설이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친구… 친구가 필요하다. 다른 또래 애들과 같이 뛰어놀아야지.’ 그래야 사회성도 키우고 나중에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사실 몬스터인 설이에게 그런 건 다 필요 없었지만.
그래서 설이의 친구는 누구를 구해야 할까?
일단 설이를 지킬 수 있도록 강해야 하고 머리도 좋아야 한다.
설이와 함께 뛰어놀 수 있을 정도로 체력도 좋아야 하며 설이가 원하는 걸 제때제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눈치도 좋아야 한다.
‘그런 놈이 어디 없을까?’ 슬쩍 고민해 보지만 후보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강한 놈을 찾는 것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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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세이프게임 설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다.
<마안>의 정신 지배 능력을 사용해도 좋으니까.
다만 아직 <마안>의 랭크가 낮은 까닭에 정신 지배를 해도 간단한 명령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해서 <마안>을 사용하는 것은 거의 마지막 수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스스로 설이의 충실한 종… 아니, 친구가 되어줄 녀석을 찾고 싶지만.
어디 그런 녀석이 있겠는가? 세이프파워볼
설이를 지킬 정도의 강함이나 어느 정도 지성을 갖고 있으려면 랭크가 높아야 하는데, 그런 녀석들은 보통 대가리가 커서 말을 더럽게도 안 들었다.
내가 협박해서 설이를 지키라고 해도, 역으로 설이를 해칠 녀석들이 한둘이 아닐 정도로 성격도 안 좋다.
애초에 남의 명령을 듣기나 할까?
‘전혀 아니지.’ 파워볼사이트 기본적으로 랭크가 높은 몬스터들은 자존심이 강하니까.
그런 만큼 설이의 부하… 파워볼게임사이트 아니, 친구는 적당한 랭크의 녀석들로 골라야 하는데.
파워볼실시간 어디 말 잘 듣고, 적당히 강하고, 눈치 빠른 녀석이 있을 리가… 있다.
‘현명한 비늘…!’ 거의 2년여 만에 떠오른 녀석의 이름에 머리가 번쩍인 것 같았다.
과연 녀석 정도면 설이의 부하로서 최고의 인재였다.
당시 살아남은 네 마리의 리자드맨들도 함께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 분명했다.
‘문제라면 녀석들이 상층에 있다는 건데….’ 녀석들이 있는 곳은 당연하게도 18계층.
현재 내 위치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일반 몬스터인 녀석들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을 리도 없지….’ 그저 평범한 몬스터가 2년 가까이 헌터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몇 번을 고민해도 답은 절대 아니었다.
조금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렇다.
혹시나 녀석들이 진화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나처럼 깊은 하층까지 내려오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리 진화했다 한들 헌터들에게 토벌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조금 씁쓸하군….’ 뱀이 되고서 처음으로 호의를 나눈 첫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괜스레 입맛이 쓰다.
그렇게 괜스레 씁쓸해진 마음에 아쉽게도 설이의 친구 구하기 계획은 잠시 뒤로 미뤄두었다.
그때 동안 내가 잘 놀아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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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가 설이를 정식으로 내게 맡기고 간 지도 며칠.
아직 그녀에게서 소식은 없다.
금방 돌아온다 했지만 역시 너무 늦어지는 것 아닐까?
그만큼 호적수라는 상대가 강한 것일까?
‘혹시 이대로 못 돌아오는 건….’ 솔직히 그것도 내게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녀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설이는 이대로 쭉 나만의 작은 설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아니, 설이가 슬퍼할 만한 생각은 하지 말자. 설이한테는 엄마가 필요해.’ 종종 나쁜 쪽으로 빠지려는 생각을 겨우겨우 진정시킨다.
요즘 설이를 보며 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신경 쓰지 않으면 이렇게 종종 옛날 버릇이 나오고는 했다.
‘그런데 설이한테 정말 엄마가 필요한 게 맞나…?’ 흘깃 바라본 설이는 오늘도 해맑다.
신나게 설원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있었다.
너무 멀리 간다 싶으면 적당히 꼬리를 움직여 제지했다.
설이 입장에서 벌써 제 어미와 헤어진 지도 꽤 오래되었을 텐데, 나는 아직도 설이가 제 어미를 찾는 것을 보지 못했다.
슬퍼하기는커녕 시종일관 밝고 천진난만한 것을 보아하니 딱히 괜찮을 것도 같은데….
그래서 한번 물어보았다.
[엄마가 보고 싶지 않니?] 설이가 엉망진창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그립지 않은 게 아니라단순히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거 같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뛰어놀던 것도 멈추고 성대하게 울음을 터트렸으니까.
괜한 말을 했다….
설이의 울음은 금방 멈추지 않았다.
아껴두던 비장의 수 ‘우리 설이 높이높이!’까지 해봤으나 더 서럽게 울 뿐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평소 설이가 좋아하던 갖가지 방법을 써 보았음에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어떡하지…?
“먕─!! 먀아앙───!!!” 설산이 떠나가라 서럽게 우는 설이의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간간이 설이가 내뱉는 울음을 해석해보면, ‘엄마 보고 싶어!’, ‘엄마한테 갈래!’, ‘엄마 어딨어?’ 같은 의미였다.
내 생각보다 설이는 제 어미를 많이 그리워하는 모양이었다.
설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몬스터들에게 화풀이만 할 뿐 정말 아무것도 못 했다.
결국 설이는 한참을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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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잠든 설이를 데리고 동굴로 돌아왔다.
경솔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엄마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쉽게 말해버렸다.
오랜만에 반성한다.
다시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자.
특히 설이와 관련된 일에는 더더욱.
그래서 문제는 아직 이 일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깨어난 설이가 평소와 다름없다면 다행이겠지만, 이미 애써 의식하지 않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상 평소와 같을 리가 없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시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지 않을까?
그런 일은 당연하게도 사양이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구미호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겠지만, 금방 돌아오겠다던 그녀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이상 분명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생각보다 호적수의 상대가 힘들었다거나, 도중에 다른 일이 생겼다거나, 혹은 이미 죽었다거나….
무심코 이어 가던 상념을 중단했다.
설이가 슬퍼할 만한 생각은 하지 말자.
두 번째로 떠오른 해결책은 직접 찾으러 가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설이 혼자서는 말도 안 되고 내가 함께 그녀를 찾으러 가는 것이다.
이 경우는 꽤 신빙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허락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비교적 평범했던 70계층과 달리 이 밑은 어떨지 모르니까.
당장 아래 계층까지는 별문제 없다 하더라도 이후 구미호의 호적수가 있는 층에 도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 한 몸 정도야 건사할 수 있었지만 거기에 설이가 끼어든다면 무리였다.
별다른 위협이 없는 이곳과 달리 구미호의 호적수가 있을 곳은 어디에 어떤 위협이 있는지 전혀 미지수였으니까.
그래서 생각해낸 세 번째 방안이 나 혼자 그녀를 찾으러 가는 것이지만, 이 계획은 제대로 틀을 잡기도 전에 폐기했다.
절대 설이를 혼자 놔둘 수 없다.

집에 가만히 있으라 해도 절대 가만있을 설이가 아니다.
이미 한번 탈출한 전적이 있고 제 어미조차 막지 못했던 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기각이다.
무엇보다 내가 설이랑 떨어지기 싫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역시 최선은 일을 끝낸 구미호가 빨리 돌아오는 것이다.
이 계획에 있어서는 그저 간절히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준비한 차선책은 바로 설이의 신경을 돌리는 일이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구미호의 부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설이를 즐겁게 만들어 버리면 된다.
아무래도 그동안 미루었던 계획을 실행해야겠다.
설이의 부하… 아니, 새로운 장난ㄱ…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똘똘한 놈으로 하나 구해 봐야겠다.
가능하면 쉽게 망가지지 않을 녀석으로….

다행히도 잠에서 깨어난 설이는 크게 울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처럼 마냥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그리 좋아하던 버팔로 고기를 한 아름 가져왔음에도 전혀 입도 대지 않았다.
평소와달리 시무룩한 설이의 모습에 나까지 축 처지는 느낌이다.
계획을 서두르자.
시무룩한 설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평소와 달리 안 나겠다고 낑낑- 거리던 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기에 조금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불만스레 통통- 거리는 발바닥 어택이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없었다.
평소와 달리 전혀 힐링 되지 않는다.
금방 좋은 장난감… 아니, 친구를 찾아주마.
그렇게 힘없는 설이를 데리고 설산을 뒤졌다.
자주 보이던 몬스터들과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이름 모를 희귀한 몬스터들을 여럿 발견했다.
아쉽게도 설이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즉석에서 발견한 버팔로 무리를 화려한 불쇼로 익혀 줬음에도 조금 깨작거리고 말 뿐이다.
괜스레 다른 몬스터들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렇게 한참을 설산을 뒤적이다 어느 순간 처음으로 설이에게 반응이 왔다.
언제나처럼 나와 마주치자 눈을 까집고 쓰러진 [스노우 레빗]에게 관심을 보인 것인데.
정확히는 오늘따라 토끼의 행동이 유난히 마음에 들지 않던 내가 화풀이도 할 겸 녀석을 다진 고기로 만들려던 순간, 설이가 “컁컁!” 평소처럼 울었다.
통통- 다급하게 내 머리를 두드리는 발바닥 어택에 힘이 느껴졌다.
아, 힐링된다.
내 머리에서 뛰어내린 설이는 곧장 스노우 래빗에게 달려갔다.
이미 눈까지 까집고 죽은 녀석에게 왜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혹시 오늘따라 토끼 고기가 먹고 싶은 것일까?
적당히 웰던으로 구어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산뜻하게 미디움으로….
쓰러진 토끼에게 다가간 설이는 몇 차례 녀석을 킁킁거렸다.
설아, 아쉽게도 녀석은 이미….
설이가 “컁컁!” 울음을 내뱉자 스노우 래빗의 눈썹이 한차례 파르르 흔들렸다.
…부활 주문이라도 외운 건가?
설마 우리 설이에게 그런 놀라운 재능이…?!
아니었다.
사실 스노우 래빗은 처음부터 살아 있었다.
들어 보니 단순히 연기를 한 것뿐이라고.
…왜?

평소 심장마비로 쓰러진 스노우 래빗들을 내가 딱히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침 가지고 있던 <연기>라는 스킬로 죽은 척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설이에게 들켰던 모양이다.
이상. 사념대화를 통해 내게 모든 걸 전한 토끼가 내 앞에 오체투지 했다.
손까지 싹싹 빌어가며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그 옆에서 왠지 모르게 신이 난 설이가 “컁컁!” 울었다.
…뭐지, 이 토끼?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간 내 앞에 엎드린 토끼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런 내 행동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설이가 다급하게 “컁컁!” 울었다.
거친 발바닥 어택이 내 몸에 연신 닿았다.
대충 그 뜻을 해석하자면, ‘불쌍해! 살려줘!’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딱히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가급적 설이 앞에서는 살생을 최대한 줄이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설이가 이리 말하는 걸 보면 평소 내 이미지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괜스레 억울해졌다.
오히려 나는 토끼에게 상당히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나를 보고 심장마비로 죽지 않은 유일한 토끼고, 내게 엎드려 조아리는 행동을 할 정도인 것을 보니 지성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사념대화를 통한 대화 역시 E랭크 답지 않게 꽤 매끄러웠고 말이다.
슬그머니 이쪽을 힐끔이는 것을 보니 눈치를 살필 정도의 능력도 있다.
가만 보니 이 녀석이 딱이다.
설이의 새로운 장난ㄱ… 아니, 첫 부하….
첫 친구로서 말이다.
그래서 데려왔다.
애완동물이 늘었습니다.

이름은 아직 짓지 않았다.
언제 폐기… 아니, 설이와 절교할지도 모르니 괜한 정이 들지 않도록.
그것보다 그렇게 사양할 필요 없다.
설이도 너를 마음에 들어 하니까.
어허, 과분하다니?
설이의 기분을 풀어준 것에 대한 상이기도 하니 고맙게 받도록.
그리고 당연히 알겠지만 처신 잘해라.
웰던으로 구워지고 싶지 않으면….
토끼가 쓰러졌다.
또 연기하는 줄 알았는데 다급한 설이의 몸짓을 보니 아니었던 모양이다.
급히 CPR을 해서 되살렸다.
힘겹게 마련한 장난감이 이렇게 쉽게 고장 나서는 안 된다.
그렇게 울어도 되돌려 보내줄 생각은 없으니까.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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